'작은 깨달음'
'작은 깨달음'
목적을 두고 출발하는게 우리의 인생인가?
꿈을 가지고 비전을 가지고 한 길만을 가라고, 가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그것이 옳은 길인가?
그것만이 최선인가?
오늘도 산을 오른다.
몇번 다녀온 길이긴 해도 긴 시간의 목표를 세우고 준비해서 오른다.
산본에서 수리산 관모봉...태을봉...슬기봉...
안산의 수암봉으로 각오를 단단히 먹고 출발한다.
"아~~여기는 친구가 사는데.... 나중에 알면 왜 전화안했냐고 할터인데.... "
"디링디링, 친구야~~~"
그리고 슬기봉에서 내려와 함께 점심을 하기로 약속을 한다.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등산을 하면서 새소리를 듣고, 낙엽의 스러짐을 보며, 새싹이 파릇파릇 돋는 모습에서 대화를 나누고, 발을 디딛는 촉감 또는 아픔에서 내가 살아 있음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 마음을 빼앗기니 아픔만이 느껴진다.
바쁜 걸음에 보이는 것은 길만 보여지고,
종아리의 아픔이 고통이 되고,
헉헉이는 숨소리는 내 귀에 너무 크게 들려 옆 사람에게 들릴까봐 자존심 상할라 숨죽이며 위축되는 모습이 보인다.
"아 괜히 전화했나보다."
"수암봉은 못가게 되었잖아."
"시간에 너무 쫓기네"
즐겨 걷는 바웃길의 오르막은 우회도로로 다니고 내리막길은 무릎에 혹 무리가 가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면서도 후다닥 후다닥 걷는다.
잡 생각에 눌려 산에서의 자유함을 잃었다.
친구를 만난다.
초딩친구...
여자친구....
멀리서 내게 다가오는 친구가 보이자 내 안에 기쁨이 솟는다.
눈 안에 꽉차게 보여지는 친구가 내 친구다.
남자친구가 전화했는데 기꺼이 함께 점심을 먹어주고 밥값까지 내어준 친구.
다른 스케줄이 있어 자신의 마음도 부담스러울 수 있을 텐데도 말이다.
'저 산에 내가 없어도 아무런 티가 안나지만
친구가 옆에 있으니 부자가 된 것이네'
"종천이 수영가방이 없네요" 피아노 원장님의 문의전화.
"아차 내 차안에 있어요. 수영장으로 직접 가져다 줄께요."
그렇다. 나는 지금 산에 있어야했다.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어떻게 해야하나 전전긍긍해야했다.
오늘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지만
중간에서 곁길로 틀어지고 힘이 들어 후회막급이라고 했지만 네비게이션은 정확했다.
친구의 편안함과 소중함을 가슴에 담고, 아들이 수영도 하고 마음도 편안하게 해주는 선택이 되었다.
어느 길도 최선은 아닐 것이라.
우회도 하고 뒤돌아도 가기도 하고, 잠시 멈추기도 하고, 에너지 충전하는 시간도 갖고, 빡세게 걷는 길도 있다.
오늘도 좋다.
산행을 계속했다면 마음이 죽어 도무지 의미를 찾을 수 없을 터인데 중도하산한 것이 친구와 함께 식사하고 , 아들의 수영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되어 참 맛깔나는 선택이라.
흐믓해진다.